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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

취미 피겨 스케이팅 첫 강습 (2022.02.05)

Lotusblomma 2022. 2. 7. 14:57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당시 피겨 선수로 활동했던 김연아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 게.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는데 우연히 뉴스에서 김연아 선수의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아, 피겨라는 스포츠도 있구나 싶었다.

사실 정말 어렸던 초등학생 때, 가족들끼리 스파 여행을 갔는데 그때 DVD로 디즈니에서 제작한 '아이스 프린세스'라는 영화를 보고 빙판에서 빙글빙글 돌고, 점프도 하고, 매끄럽게 스텝을 밟는 것을 보고 피겨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만, 그게 스포츠인줄은 전혀 모르고 그냥 발레처럼 예쁜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2008-2009 시즌의 쇼트 '죽음의 무도' 프로그램을 통해 김연아 선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까지 꼬박꼬박 선수의 경기와 행보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피겨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 관심'만' 가져오길 수년 째 해오다가, 석사 학위도 따고 스웨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생활에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하며 어느 순간 나도 피겨를 더 늦기 전에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도 꾸준히 강도를 높여서 주 5회 이상 트레이닝을 하니, 근육도 정말 많이 붙고 체력도 정말 좋아져서 드디어 돈을 주고 강습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비싸더라도 스웨덴에서부터 강습을 받아봐야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링크장도 별로 없고 결정적으로 팬데믹 때문에 이래저래 미뤄지다가 작년 말에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정하면서, 기회를 보다 피겨 강습을 본격적으로 받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한국에 없었던 2020년-2021년 말까지는 팬데믹 때문에 피겨 강습도 많이 취소되고 그랬다는데, 위드 코로나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인원 제한도 완화되고 강습도 많이 열려서 이번이 배우기에 딱 적기인 듯 싶었다.

여기 저기 검색하며 가격도 비교하고 우리 집에서 접근성도 비교한 결과, 장한평에 있는 '디엣지' 아이스링크장에서 정규 강습을 받기로 했고 첫 강습날만 손꼽아 기다린 끝에 드디어 2월 5일 토요일 아침에 첫 수업을 받게 되었다.

 

내 인생에 아이스 스케이팅이라고는 2016년 2월,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던 스웨덴에서 딱 한 번 친한 언니 따라서 가서 빙판을 활주했던 것이 전부였었다. 초등학생 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퍽 좋아했어서, 그 느낌을 생각하고 아이스 스케이팅도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빙판 위가 미끄러워서 다리 힘으로 스케이트가 미끄러지지 않게 잘 컨트롤을 해야했어서 깜짝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금방 적응을 해서 한시간 동안 꽤 즐겁게 활주를 했었다.

이번 첫 강습날에도 빙판에 올라갈 때 딱 그때 그 느낌이겠거니 짐작하고 올라갔는데 그 때로부터 벌써 6년이나 지나서 그런가, 생각보다 더 미끄러워서 깜짝 놀랐다.

 

선생님의 아이스 스케이팅을 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해외에서 딱 한 번 타봤다고 그러니까, 바로 포워드 스위즐 수업부터 들어갔다. 무릎을 굽히고 다리를 벌리면서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무릎을 펴고 발을 모으는 기초 중의 기초였는데 생각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감을 잘 못 찾겠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영차영차 배우고, 그 다음에는 앞으로 한 발 밀기를 배웠다. 한 쪽 다리를 밀고 반대쪽 발쪽으로 얼른 추진력을 준 발을 가까이 모아야 했는데, 뭔가 타이밍도 잘 모르겠고 엉성하기 그지 없었다. 상체를 곧게 세우고 팔도 옆으로 쫙 펴고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데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줘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인라인 타듯이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이고 연습하다가, 한 10분-15분 정도 연습하고 나니 아 대충 이런 거구나 싶어서 자신감 있게 타니까 상체도 펴고 팔도 뻗을 여유가 좀 생겼다.

처음에는 직선으로 연습을 하다가, 그 다음에는 빙판 위에 그려진 S자 모양을 따라 발을 바꿔가며 가는 연습도 했다. 직선하고 곡선은 또 매우 달랐다. 처음에는 스케이트가 내 마음과는 달리 라인을 삐져나가서 자기 마음대로 가길래 와씨, 여기에서 막히나 싶었는데, 몇 번 선생님이 또 도와주시고 어느 다리에 힘을 더 주어야 하는지, 발의 어느 부위에 힘을 더 줘야하는지 설명을 듣고 나니 슬슬 감이 잡혀서 15분 정도 연습하고 나니 통과!

 

다음에는 포워드 슬라럼이라는 동작을 배웠는데, 약간 스키를 타는 것처럼 발을 모으고 하체의 무릎이 향하는 방향을 바꾸고 두 발의 엣지를 바꿔주며 S자로 촥 촥 리듬감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이었다. 처음에는 감을 잡기 어려웠는데, 빙판 위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름 중심 잡는 것과 어떻게 하면 전진할 수 있는지를 몸으로 익히고 나니 하찮지만 약간의 자신감(?)도 생겨서 선생님이 시범해주시는 슬라럼을 얼추 따라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어디서 운동 배운 적이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스포츠는 아니고 크로스핏이랑 고강도 운동 좋아해서 이것저것 꽤 오래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몸을 어떻게 잘 컨트롤 하는지랑 동작 캐치하는게 좋은 편이라고 하시길래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혹시나 더 탈 수 있나 싶었는데, 주말 오전이라 그런지 웬 초등학생 한 무리가 분주하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옷도 갈아 입고 장비도 챙기고 스케이트도 신고 있길래 피겨 강습 다음에는 초등생 대상으로 아이스 하키 강습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일단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기본기부터 잘 다지고 강습 시간 동안 충실하게 다 배우고 나면 개인 강습을 받으며 진도를 더 나가거나, 아니면 다른 강습 팀으로 옮겨서 90분의 수업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원래는 스케이트도 첫 달은 무조건 대여화로만 타려고 했는데, 링크장에서 보니까 나에게 딱 맞는 사이즈도 없었고, 대여 스케이트가 발목을 너무 눌러서 그냥 어차피 앞으로 계속 꾸준하게 오래 오래 취미로 탈건데 조금이라도 일찍 내 스케이트를 사는 것이 맞겠다 싶어서 이것 저것 알아보았다. 이번주 토요일 두번째 강습 전 평일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한번 스케이트 용품점에 가서 이것저것 신어보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부츠를 사려고 한다. 브랜드는 에디아나 리스포트로 생각하고 있고, 중급화로 구매하려고 생각 중이다. 에디아는 보통 아이스 플라이를 많이 신는 것 같은데, 나는 선수도 아니고 뭐 트리플 점프를 뛸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거기까지는 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꾸준히 오래 오래 타서 많이 뛰면 더블 점프나 뛰겠거니 싶다. 그래서 오버츄어나 코러스 중에서 내 발 사이즈에 맞는 것 있으면 구입할 것 같다. 날은 코로네이션 에이스. 리스포트는 적당한게 일렉트라 모델인 것 같은데, 한국에는 많이 없다고 해서 RF3 쪽으로 생각 중인데, 에디아보다 더 비싸서 아마도 높은 확률로 에디아를 살 듯.

 

 

* 강습 1주차 배운 것 정리

(1) 포워드 스위즐

(2) 앞으로 한 발 밀기 - 직선, 곡선

(3) 포워드 슬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