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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피겨 배우는 운동인의 일주일 지상 트레이닝 루틴 (근력 트레이닝,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HIIT, 플라잉 요가, 야외 러닝 등) 본문

피겨 스케이팅

취미로 피겨 배우는 운동인의 일주일 지상 트레이닝 루틴 (근력 트레이닝,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HIIT, 플라잉 요가, 야외 러닝 등)

Lotusblomma 2022. 4. 5. 11:22


제대로 각을 잡고 운동을 시작한 것은 스웨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20년 2월부터다.
학부생 때 외모에 대한 집착이 정말 심했어서 거의 굶기 형식으로 다이어트를 자주 했었고, 그 결과로 졸업반 때는 내 키 대비 (170cm) 가장 적은 체중을 기록했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피폐했고 불행했었다. 한동안은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을 들여다보기 싫었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우울했던 시기였다. 철마다 감기에 걸리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그야말로 체력이 바닥을 찍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석사 공부하러 스웨덴 가기 전에 얼레벌레 필라테스를 4개월 동안 배웠었고, 그 이후로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졸업 논문을 쓰기 6개월 전부터는 체력 관리를 좀 해야겠다 싶어서 이런 저런 그룹 운동을 조금 했었고, 그러다가 논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는 운동을 그만뒀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해왔었는데, 스웨덴에서 딱 직장 생활을 시작한 해에 팬데믹의 시작으로 이 기회에 운동이나 집중해서 해보자 싶어서 2년 전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1년 8개월 동안 일주일에 4-5번을 그룹 트레이닝을 받고, 추가적으로 집 근처 숲에서 야외 러닝도 했더니, 몸에 근육이 정말 많이 붙은 것과 더불어서 체력이 미친듯이 올랐다. 덕분에 일에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졌고, 하루하루를 에너지 있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스웨덴에서 훈련하던 루틴은 1시간 씩 주 2-3회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흔히 HIIT workout이라고 불리는 운동을 하고, 주 1회 1시간 전신 프리 웨이트 운동(Les Mills Bodypump)을 했고, 주 1회 30분 Les Mills GRIT Strength 프로그램을 따라서 프리 웨이트가 가미된 HIIT 운동을 했고, 주 1회 1시간 킥복싱 Les Mills Bodycombat을 했고, 주 1회 5km 야외 러닝을 했다. 처음에는 5kg을 드는 것도 너무 무겁게 느껴졌는데, 어느새 프리 웨이트 스쿼트를 할 때는 약 30kg 무게를 들고 운동 수행을 할 수 있었고, 버피 테스트의 '버'자도 들어도 겁먹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신 고강도 유산소 서킷이 버피 테스트를 응용한 모든 운동 동작이 되었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너무 경시한 탓인지,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서 몸이 항상 퉁퉁 부어있었고, 근육이 짧아질 대로 짧아져서 아침에 일어나면 온 몸이 굳어버려서 전신 통증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가 새롭게 시작한 일 때문에 한국에 4년만에 다시 돌아왔고, 스웨덴에서 유지한 좋은 운동 습관을 한국에서도 이어나가고 싶어서 이런 저런 운동을 다양하게 해보다가 두 달 전부터 정착한 루틴이 생겼다. (1) 주 2회 요가 (1회는 플라잉, 나머지 1회는 빈야사/아쉬탕가), (2) 주 1회 야외 러닝 6-7km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뛰지 않음), (3) 주 2-3회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에서 Caroline Girvan 덤벨 근력 트레이닝(주로 Full body dumbell workout, Full body dumbell HIIT workout)/Cardio HIIT workout + 러닝머신에서 경사를 최고치로 두고 다리 힘으로 밀어주면서 걷기, 그리고 (4) 주 1회 피겨 스케이팅 50분 + 링크장 왕복 6km 걷기 등의 일주일 운동 루틴이다. 고강도 운동을 할 때, 내가 생각보다 코어의 힘을 사용하지 않아서 따로 거의 매일 15분 정도 자기 전에 복근 운동도 해주고 있다.

사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게 된 계기는, 스웨덴에서든 한국에서든 체력과 근력이 다 잡히면 내 오랜 소원이었던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일단 몸이 날렵해야하는 건 기본이고 체력과 근력도 받쳐줘야하는 스포츠라서... 특히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중에서 점프하는 동작이 많이 가미된 Plyometrics workout을 신경써서 수행한 이유도 다 피겨를 위한 빌드업이었다. 점프 스쿼트, 제자리 멀리뛰기, 60cm 박스 위로 점프 (가장 좋아하는 운동), 단거리 스퍼트, 줄넘기, 박스 위로 점프하고 chest to floor 버피, high knees 등등 폭발적으로 온 몸을 내던지는 운동 같은 것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에는 1시간 중에서 5분만 해도 정말 숨이 차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꾸준히 훈련하니까 고강도 인터벌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강도 운동을 수행하면서도 스트레칭은 아예 하지를 않아서 유연성이 너무 떨어지고 몸이 퉁퉁 부어서, 작년 11월부터는 동생이랑 함께 요가를 하고 있다. 첫 3개월은 기구 필라테스와 요가 패키지 수업을 들었는데, 요가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지만 기구 필라테스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딱 3개월만 듣고 그 이후부터는 주 2회 요가만 다니고 있다. 빈야사, 아쉬탕가 다 좋아하지만 붓기가 많이 빠지는데 가장 도움이 된 요가는 단연코 플라잉 요가! 처음에는 해먹에 몸을 걸고 이런 저런 동작을 공중에서 수행하는게 정말 무섭게 느껴졌고, 몸의 모든 근육과 관절이 뻣뻣해서 베이직 자세를 하는 것도 너무 괴롭고 힘들었는데, 꾸준히 지금 5개월간 수련해서 많이 좋아졌다. 여전히 고관절이 너무 뻣뻣해서 미들 스트랩으로 도입하는 자세를 수행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씩 매주 나아지고 있다. 처음에 요가를 다시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운동보다 템포가 너무 느려서 흥미가 떨어질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요가 수업 들어가서 온 몸 쫙 풀고 오자는 생각으로 즐겁게 다니고 있다. 처음보다 자세도 많이 좋아졌고, 어깨랑 고관절도 조금 풀린 것 같다. 당연히 피겨를 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하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지만, 지금은 운동 없이는 살지 못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게 됐다. 예전에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지금은 딱 그렇다. 일하다가 받은 스트레스를 풀려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티셔츠가 젖을 만큼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노곤노곤한 기분으로 쇼파에 딱 앉고 물 한잔을 마시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잠을 잘 자는 건 덤이고. 다른 피겨 강습 프로그램들 보면 지상 훈련도 같이 하는 곳도 있던데, 내가 지금 혼자 하고 있는 운동과 크게 다른 게 없긴 하지만 기회가 되면 피겨용 지상 훈련도 받아보고 싶다. 뛰는 동작이 많던데 내 취향 저격이라 재밌게 해볼 수 있을 듯!